【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두 대의 차량을 상상해 보자. 한 차량은 장애인등록 차량이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은 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등록 차량이라는 이유로 통행료 감면이 적용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차량에는 실제 중증장애인이 탑승해 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활동지원사의 차량으로 귀가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 차량은 사전에 등록된 장애인 차량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면 대상이 아니다.

현행 (고속)도로의 장애인(등록)차량 감면 재도.(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현행 (고속)도로의 장애인(등록)차량 감면 재도.(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이 장면은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량 도로비 할인제도가 안고 는 구조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제도의 목적은 분명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 방식은 장애인의 실제 이동보다 등록 차량 여부를 우선한다. 결국 제도는 사람보다 차를 먼저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는 등록장애인 본인 또는 동일 세대 가족 명의의 특정 차량을 사전에 등록하고, 장애인이 탑승한 경우 감면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칙적으로는 장애인 본인 탑승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 차량이 운행되며 감면 혜택을 받는 부정사용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실제 장애인이 이동 중이어도 차량이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 특히 중증 뇌병변 장애인, 중증 지체장애인, 고령 장애인처럼 스스로 운전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가족 차량, 활동지원사 차량, 복지기관 차량, 렌터카, 지인 차량 등에 의존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들에게 이동권은 자동차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의 장애인 이동지원 제도와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영국의 블루 배지(Blue Badge) 제도는 대표적인 대상자 중심 이동지원 사례다. 영국은 차량 자체보다 장애인의 이동 필요를 중심에 둔다. 장애인이 탑승하고 있다면 차량 소유주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주차 및 이동 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장애인이 가족 차량, 친구 차량, 복지기관 차량을 이용하더라도 장애인의 실제 이동이 인정된다. 핵심은 차량 등록이 아니라 장애인이 실제 이동하고 있는가이다.

독일 역시 장애인의 이동권을 자동차 등록 중심으로 보지 않는다. 독일의 중증장애인증은 교통·이동지원 혜택의 핵심 인증 수단으로 활용된다. 장애인 개인에게 부여된 이동권을 중심으로 철도, 대중교통, 주차 편의 등이 연계된다. 다시 말해 이동지원의 기준은 차량 소유 여부가 아니라 장애인의 사회참여 필요성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장애인의 이동을 단순한 교통지원이 아니라 시민권의 일부로 이해한다. 이들 국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노동권, 교육권, 문화 접근권, 의료 접근권과 연결해 바라본다. 따라서 이동지원 정책 역시 어떤 차인가보다 누가 이동하는가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특히 스웨덴은 지방정부 차원의 특별교통서비스를 운영하며, 장애인의 개별적 이동 필요를 기준으로 차량과 운송수단을 유연하게 지원한다. 이는 차량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장애인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미국 역시 장애인 이동지원 정책에서 개인 중심 접근을 강화해 왔다. 대표적으로 ADA(미국 장애인법)는 장애인의 이동 접근성을 권리의 문제로 규정한다. 특히 장애인 전용 주차증은 차량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에게 발급된다. 장애인이 탑승한 차량이면 차량 소유주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이동권의 주체를 차량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철학을 보여 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차량관리 방식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을 이동의 주체로 보기보다 등록 차량의 사용자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실제 장애인의 이동은 놓치고, 차량 등록 여부만 남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한국 역시 장애인 차량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 이동 지원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현실적 대안 가운데 하나가 장애인등록증 또는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에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장애인등록증은 다양한 공공서비스와 연계되어 있다. 여기에 도로비 할인 기능까지 통합하고, 모바일 인증·NFC·QR·위치정보 기반 인증 등을 활용한다면 실제 장애인 탑승 여부를 중심으로 보다 유연한 감면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족 차량, 활동지원사 차량, 복지기관 차량, 렌터카, 카셰어링 차량에서도 장애인의 실제 이동이 인정될 수 있다. 동시에 등록 차량만 혜택을 받고 실제 장애인은 배제되는 현재의 역설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부정사용 방지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정사용을 막겠다는 이유로 실제 장애인의 이동권까지 제약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의 철학 변화다.

장애인 이동권은 자동차의 권리가 아니다. 사람의 권리다. 도로비 감면은 단순한 요금 할인이 아니라 병원, 학교, 직장, 지역사회로 연결되는 사회참여권의 일부다. 따라서 톨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