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예시. ©서인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예시. ©서인환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 2021년 7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이 있었다. 개정 내용은 제15조에 3항을 추가한 것인데, 재화와 용역 제공자(사업자)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 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설치된 키오스크의 일정 비율이 아닌 모든 키오스크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 여기서 키오스크란 터치스크린 등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하거나 서류 발급, 주문, 결재 하는 모든 기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탁상용 주문 단말기 역시 키오스크에 해당한다.

오는 2026년 1월 28일 이후부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모든 키오스크도 접근성을 갖춘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키오스크 접근성은 인증을 득하면 갖춘 것으로 간주하므로 실제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인 셈이다. 단, 사업장 면적 50제곱미터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인적 서비스나 키오스크와 호환되는 보조기기나 소프트웨어로 접근성을 갖추어도 된다. 차별행위는 법무부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장전을 공포하고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는 등 장애인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2024년 지능정보화기본법을 개정(46조2 추가)하여 보조인력을 배치하거나 접근성을 갖춘 단말기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리고 디지털 포용법에서도 같은 강력한 조치를 유지했다. 이를 위해 과기부 장관은 실태조사와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2026년 1월 28일 이후부터는 기존 키오스크 역시 접근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의 주요 차이점은 지능정보화기본법은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게 인력배치나 키오스크 접근성, 호환되는 접근방식 중 하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50제곱미터 미만에만 보조인력 배치나 호환되는 보조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의 법 시행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정부의 법 시행 홍보나 접근성을 갖추기 위한 정책 마련에 별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불과 반년을 남겨놓고 과기부 산하 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는 접근성인증시험 비용을 지원한다거나 접근성을 갖춘 키오스크 개발비 지원사업 등을 초스피드로 추진하고 있다.

92억 원의 개발비 지원사업에서 단기간에 각종 키오스크를 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과부하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원에 선정된 기업만 결국 살아남는 제도로 오히려 지원이 시장을 왜곡할 것이라고 불만을 외치는 사람도 있다. 개발업체들에게 골고루 지원되면 좋겠지만, 성공 가능성을 감독하기에 한계가 있다.

가장 추진력을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가격이 기존 키오스크 가격과 차이가 나지 않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기재부가 난감해 하고 있고, 4배 이상 가격이 비싼 기기를 무조건 교체하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복지부와 중기청에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다. 기존의 키오스크를 교체하면 추가로 설치비용도 들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의 임대 해약 비용도 지불해야 하는데, 당장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많이 생산되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키오스크가 확산된 것은 영세한 업체에서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한 투자인데,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는 출혈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조정하기 위해 부처 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데, 중기청에서는 소상공인(제조, 건설, 운수업은 근로자 10인 이하, 기타 업종의 경우는 5인 이하의 근로자를 둔 사업자)들에 한해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가 취소될 것이라고 언론에 연기를 피우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복지부는 근린생활시설에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가 필요한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만 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차별금지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상공인 사업장의 키오스크 설치가 50제곱미터 미만 소규모사업장처럼 완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조 인력을 배치하거나 키오스크 보조기기나 접근 가능한 호환 소프트웨어를 최소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키오스크가 없는 사업장에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 설치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주차장이 없으면 장애인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같다. 키오스크가 있음에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인력 보조를 받으려면 호출벨이 설치되어야 하고, 호출벨 위치를 알려면 음성유도기가 필요할 것이다. 키오스크를 설치할 경우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도움벨은 필수이며, 키오스크 위치를 시각장애인이 찾을 수 있도록 음성유도기는 부착해야 한다. 탁상용의 경우 음성유도기는 필요치 않지만 도움벨은 필수라야 한다.

복지부는 신임 장관의 결재가 나는 대로 7월 내에 소상공인에 대한 완화조치를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완화한다고 하지만 접근성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할 예정이다. 입법 예고 후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도 공개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상공 사업장은 596만 개소로 알려져 있다. 프랜차이즈는 소상공인에 해당 되지 않는다. 은행의 경우 온라인 앱의 이용 확산 등으로 업장이 줄어들고 있으며, 키오스크만 있는 현금지급기점의 모든 키오스크를 접근성을 갖춘 것으로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고 공동디지털 브랜치를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여러 은행이 한 장소에 쪼개기로 입점해 한 은행당 50제곱미터 이하 사업장을 만들면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력배치로 법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모든 기존 키오스크에 접근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지, 장애인 접근 가능한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분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 점자 출력기가 있어서 가격이 고가라는 사람이 있다. 법에는 음성이나 점자라고 되어 있지 점자를 반드시 제공하라고 되어 있지 않다. 높낮이 조절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람도 있다. 높낮이 조절이 되든, 아니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발판이나 무릎이 들어가도록 하단에 공간을 확보하기만 하면 된다.

보조기기를 설치하거나 앱 등 소프트웨어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결코 비용상 저렴하지 않다. 소상공인과 같은 작은 사업장 공간에 키오스크가 얼마나 들어간다고 접근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개발하는 비용이면 키오스크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여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지원 방안은 전무하면서 사업장의 책임으로 강제화한 것이 무리였다.

한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인정 제품이어야 하는데, 인증기관은 최근 2개소를 추가해 5개소를 지정하고 있다. 사실 인정기관이 아니라 실험기관에 불과하다. 실험기관에서 심사를 한 결과를 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보고하면 다시 재시험하여 인정심의를 한다. 과거 웹인정 심사도 이중 심사를 하다가 국민권익위와 국무조정실로부터 이중 규제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구조면 상부기관에서 심사를 제 때에 하지 못해 정체 현상으로 인정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를 개발하고도 적기에 보급을 하지 못하는 뼈아픈 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참으로 장애인 접근성은 갈 길이 멀기도 하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이슈가 이토록 힘들고 갈등적인 문제인지 모르겠다. 최소한 새 정부가 접근성을 후퇴하여 약자의 권리를 외면했다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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